
도로 위를 자세히 보면 작은 금속 물체가 박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사못처럼 생긴 해당 물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왔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금속 스터드는 도시 인프라 전체를 떠받치는 중요한 표식으로, 색깔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스터드 색깔이 알려주는 지하 정보
도로에 박힌 금속 스터드는 보통 십자형 금속 위에 수지(플라스틱) 테두리가 둘러진 형태다. 이 테두리의 색이 핵심이다. 하늘색이면 수도관이 묻혀 있다는 뜻이고, 초록색이면 가스관 매설 위치를 나타낸다. 빨간색 테두리는 토지 경계점, 노란색은 측량 기준점을 의미한다.
수도나 가스 공사가 진행될 때 작업자들이 땅을 파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가 바로 이 스터드의 색이다. 주거 지역이나 도심 도로에서 측량 장비를 들고 작업하는 기술자를 본 적 있다면,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기점도 이 스터드다.

국가 기관도 활용하는 금속 스터드
수지 테두리 외에 금속 자체에 기관명이 새겨진 스터드도 있다. ‘국토교통성’이나 ‘토지가옥조사사 회’라고 새겨진 금속판 형태로, 도시 개발이나 구획 정리 시 행정 기준점으로 활용되거나 인접 토지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용도로 쓰인다.
볼트 형태 외에 화살표가 새겨진 금속판으로 기준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소화전 위치를 알리는 캣츠아이가 도로에 설치돼 있어, 소방차 헤드라이트에 반응해 파란빛을 내며 현장에서 소화전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진 이후의 과제와 GPS 전자기준점
금속 스터드는 어디까지나 물리적 표식이기 때문에 지진이나 지반 액상화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도로 자체가 이동하거나 파손돼 기준점 역할을 잃을 수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일본에서는 카내비게이션에도 활용되는 GPS(전지구측위시스템)를 기반으로 위치를 정밀하게 확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국 1,300곳에 전자기준점을 설치해 물리적 기준점이 손상되더라도 지리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도로는 차량과 보행자의 이동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지하 매설물의 위치, 토지 경계, 측량 기점, 재난 대비 인프라까지 도시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정보 네트워크의 일부다. 아스팔트 위에 박혀 눈에 잘 띄지 않는 금속 스터드 하나가, 알고 보면 그 도시의 지하 구조와 행정 체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