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까지 일본에서 판매됐던 미쓰비시 갤랑.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9년 처음 등장한 콜트 갤랑이라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기존 콜트 1200과 1500 시리즈의 후계 모델로 그해 10월 20일 발표되고 같은 해 12월 1일 판매를 시작했는데, 당시 판매 가격은 51만 8,000엔부터로 책정됐다. 1970년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이 정식 출범하기 직전 등장한 모델이었던 만큼, 그동안 다소 투박하고 수수하다는 평가를 받던 미쓰비시 차량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량이기도 했다. 1973년 모델체인지를 거치며 차명에서 ‘콜트’가 빠지고 지금 우리가 아는 ‘갤랑’이라는 이름만 남게 됐다. 다시 말해 콜트 갤랑은 미쓰비시 갤랑이라는 긴 계보의 초대 모델인 셈이다. 이번 시간에는 그 출발점이 된 콜트 갤랑의 정체와, 여기서 파생된 스포티 모델들까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디자인은 이탈디자인의 거장 지우지아로 작품
콜트 갤랑의 디자인 원안은 이탈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지우지아로가 맡았다. 지우지아로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쓰비시 사내 디자인팀이 ‘다이나 웨지 라인’이라 이름 붙인 차체로 완성했는데, 당대 유럽 거장의 감각이 더해진 만큼 당시 일본산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세련된 비례와 라인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이 파워트레인이었다. 콜트 갤랑에는 ‘새턴’이라는 애칭이 붙은 새로 개발된 1.3L·1.5L 직렬 4기통 SOHC 크로스플로 엔진이 탑재됐는데, 이는 미쓰비시 차량으로서는 최초의 SOHC 엔진 채택이었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신형 엔진이라는 두 가지 신선함을 앞세운 덕분에, 콜트 갤랑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하드톱과 GTO, FTO까지 이어진 파생 모델 계보
출시 약 반년 뒤인 1970년 5월에는 1.5L 엔진을 얹은 AII 시리즈에 미쓰비시 최초의 하드톱 사양이 추가됐다. 원래 콜트 갤랑에는 삼각창이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당시 ‘풀 오픈’이라 불리던 기둥 없는 윈도우 그래픽이 한층 샤프한 인상을 더했다. 하드톱 그레이드는 싱글 캬브레터로 최고출력 95ps를 내는 커스텀·커스텀L, 그리고 트윈 캬브레터로 105ps를 발휘하는 GS까지 총 세 종류로 구성됐으며, GS는 4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최고속도 시속 180km를 낸다고 공표됐다.
같은 해인 1970년에는 세단을 2도어 쿠페로 재해석한 ‘갤랑 GTO’가 새롭게 선보였다. 쐐기 모양을 기조로 한 다이내믹한 차체와, 후미가 위로 치켜 올라간 이른바 ‘덕테일’ 스타일을 적용해 당시 미국식 머슬카를 연상시키는 진보적인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듬해인 1971년에는 GTO의 동생 격인 소형 쿠페 ‘갤랑 쿠페 FTO’까지 추가되며 스포티 라인업이 한층 두터워졌다.

상급 그레이드 ‘MR’, 1.6L 직렬 4기통 DOHC 탑재
갤랑 GTO 라인업 가운데 최상급 그레이드로는 ‘MR’이 마련됐다. GS 등 세단·하드톱 계열이 SOHC 새턴 엔진을 쓴 것과 달리, MR에는 1.6L 직렬 4기통 DOHC 엔진(형식명 4G32)이 얹혔다. 당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그레이드였다. 한편 1971년에는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며 사각형 2등식 헤드램프가 원형 4등식으로 바뀌는 등 외장과 내장이 함께 개선됐고, 엔진 배기량도 1.4L·1.6L로 확대돼 각각 ’14L 시리즈’, ’16L 시리즈’로 이름 붙여졌다. 1972년에는 다시 한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5단 수동변속기가 추가되는 등 상품성을 꾸준히 다듬어 나갔다.
콜트 1200·1500의 후계 모델로 출발해 지우지아로의 손끝을 거쳐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여기에 하드톱과 GTO, FTO, 그리고 최상급 MR이라는 다채로운 파생 모델까지 낳았다는 점에서 콜트 갤랑은 단순한 한 세대의 차량을 넘어선다. 1973년 이후 ‘갤랑’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2005년까지 판매된 그 긴 역사의 시작점이 바로 이 콜트 갤랑이었으며, 미쓰비시가 투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티하고 세련된 브랜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된 모델로도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