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12년, 고무에 검은 탄소 소재를 배합하면 내구성이 크게 좋아진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됐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 대다수는 여전히 검은색을 유지하고 있다. 까마귀가 검은 것만큼이나 당연하게 여겨져 왜 검은색인지 의문조차 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타이어가 반드시 검은색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최근 자전거용 타이어만 해도 컬러 제품이 심심찮게 유행하고 있고, 공장에서 쓰는 지게차 타이어 중에는 바닥에 검은 자국이 남지 않도록 흰색으로 만든 제품도 있다. 자동차용 타이어 역시 색을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런데도 왜 유독 검은색이 압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컬러 타이어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타이어는 원래부터 검은색만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 굿이어는 과거 일부 라인업에서 색이 들어간 컬러 타이어를 선보인 적이 있으며, 현재는 단종됐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컬러 타이어 제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분홍색이나 파란색 타이어가 있다면 차량의 개성을 한층 살릴 수 있는 만큼, 어느 제조사가 이런 제품을 다시 내놓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시중 타이어의 대다수가 여전히 검은색을 고수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검은빛을 띠는 것은 ‘블랙카본’이라 불리는 탄소 소재를 배합한 결과인데, 말 그대로 검은 숯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물질이다. 이 소재를 고무에 섞으면 고무 분자 사이의 결합력이 높아져, 유연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1912년 발견된 소재, 아직 대체재가 없다
블랙카본의 이런 효과가 처음 발견된 것은 무려 1912년의 일이다. 이후 여러 시대를 거치며 타이어 소재도 함께 발전해 왔지만, 이를 모든 면에서 뛰어넘는 대체 소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리카 같은 대체 성분으로도 일부 대체가 가능해졌으나, 비용과 성능 두 측면 모두에서 블랙카본을 완전히 앞서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확실히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소재가 여전히 현역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결국 타이어가 검은색인 것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견된 소재 중 성능과 비용 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선택지가 검은색 타이어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검은 타이어는 우연이 아닌 성능의 결과물
정리하면, 타이어가 검은색을 띠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적 선택이 아니라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소재 기술의 결과물인 셈이다. 컬러 타이어 역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블랙카본 이외의 소재를 쓰거나 별도로 색을 입히는 방식을 택해야 하는 만큼 성능이나 비용 면에서 검은색 타이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블랙카본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재가 등장한다면 타이어의 색도 지금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검은색이 가장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남아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타이어의 색 하나에도 이처럼 100년이 넘는 소재 기술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점은 새삼 눈여겨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