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지시 레버, 소위 말하는 깜빡이 레버를 조작해 좌우 회전 의사를 표시하면, 어김없이 딸깍딸깍하는 작동음이 들려온다. 이 소리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지다 보니 왜 나는지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흔히 법으로 정해진 소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관련 법규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정한 소리를 내야 한다거나, 반드시 소리를 내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작동음은 어떤 소리든 상관없고, 아예 내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 익숙한 딸깍 소리가 유지돼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시간에는 방향지시등 작동음의 유래와, 지금까지 이 소리가 계속되는 배경을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팔뚝 모양으로 방향을 알리던 시절의 흔적
방향지시등의 작동음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어 나온’ 소리에 가까웠다. 초기 방향지시기는 ‘완목식(腕木式)’이라 불리는 방식이었는데, 진행 방향을 바꾸려 할 때 내부에서 빛이 나는 표시판을 좌우 중 한쪽으로 들어 올려 주변 차량과 보행자에게 의도를 알리는 구조였다. 들어 올려진 표시판의 형태가 마치 사람이 팔을 들어 올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해당 방식이 발전해 지금처럼 레버를 조작하면 좌우 램프 중 하나가 점멸하며 방향을 알리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때 램프를 일정한 리듬으로 점멸시키기 위해 사용된 부품이 바로 방향지시등 릴레이였고, 점멸을 위해 작동 전류를 일정한 박자로 끊고 이어주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그 ‘딸깍딸깍’ 소리였다. 다시 말해, 이 소리는 애초에 기계적 작동의 부산물이었던 셈이다.

전자화된 지금은 무음인데, 왜 계속 나는 걸까
현재의 방향지시등 시스템은 전자회로로 구성돼 있어 기본적으로는 무음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소리를 여전히 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점멸식 방향지시등이 막 자리 잡던 시절에는 회전이 끝난 뒤 운전자가 직접 레버를 중립 위치로 되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실용화된 것이 바로 오토캔슬 기구다. 차량이 방향을 바꾸고 스티어링이 다시 중립 위치로 돌아올 때, 그 움직임에 연동해 레버도 자동으로 중립으로 복귀하는 구조다. 이 기구가 도입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둔 채 깜빡 잊고 계속 켜놓는 문제는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동음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운전자에게 작동 상태를 알리는 일종의 경고음
오토캔슬 기구가 실용화되면서 방향지시등 작동과 관련된 기능적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작동음에는 운전자에게 현재 방향지시등이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이 남아 있었다. 이는 비상등을 켰을 때도 마찬가지로, 작동음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일종의 경고 신호로 기능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이 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결국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이 작동 중임을 운전자에게 알리려면 단순하고 귀에 익은 소리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오랫동안 들어온 익숙한 소리이자 일종의 경고음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그 ‘딸깍딸깍’ 소리가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만약 작동음이 휴대전화 벨소리처럼 멜로디가 있는 형태였다면 오히려 거슬리게 들렸을 수 있다. 명확하게 전달되면서도 거부감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그 단순한 ‘딸깍딸깍’ 소리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