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줄기가 쏟아지는 도로 위, 자동차 와이퍼 레버를 얼마나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지는 모른 채 그저 앞뒤로만 움직이는 운전자들이 많다. 국내차든 수입차든 대개 핸들 옆쪽에 자리한 레버 하나로 와이퍼를 조작하는데, 해당 레버는 보통 네 단계로 세분화돼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특히 한 단계는 평생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옅다. 빗물뿐 아니라 먼지나 벌레 자국 같은 이물질까지 닦아내도록 설계된 와이퍼의 기능을, 이번 시간에는 하나씩 짚어가며 제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가랑비엔 INT, 보통 비엔 LO가 기본
OFF 상태에서 레버를 한 단계 내리면 ‘INT(Intermittent)’, 흔히 말하는 간헐 와이퍼가 작동한다. 가랑비처럼 와이퍼를 계속 움직이면 오히려 성가신 상황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작동해 주는 기능이다. 많은 차량이 레버에 다이얼을 함께 달아 간헐 작동 간격을 조절할 수 있게 해 두는데, 빗줄기 세기에 맞춰 이 간격을 미세하게 조정하면 훨씬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다.
여기서 레버를 한 단계 더 내리면 ‘LO’로 전환된다. 분당 45회 안팎의 속도로 느리지만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단계로, 가랑비보다는 강하고 폭우까지는 아닌 비가 내릴 때 쓰기에 적합하다. 실제 사용 빈도로 따지면 가장 자주 쓰이는 단계이기도 하다. LO로 와이퍼를 켠 상황이라면, 낮이라도 헤드램프를 켜서 다른 차량이 자신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다.

폭우엔 HI, 시야가 트일 때 가볍게 스치듯 쓰는 MIST
LO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면, OFF 기준으로는 세 번째이자 가장 아래 위치인 ‘HI’가 나온다. 분당 70회 수준의 속도로 연속 작동하는 최고속 모드로, 폭우나 집중호우 상황에서 사용한다. HI로 와이퍼를 작동시킬 정도라면 이미 시야가 상당히 나빠진 상태인 만큼 헤드램프 점등은 필수이며,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물막이 생겨 접지력을 잃는 하이드로플레이닝 위험도 커지는 만큼 속도를 줄이고 한층 신중하게 운전해야 한다.
반대로 가장 존재감이 옅은 기능이 바로 OFF 상태에서 레버를 위로 밀어 올릴 때 작동하는 ‘MIST’다. 조명으로 치면 패싱과 비슷한 개념으로, 레버를 밀어 올리는 동안에만 와이퍼가 천천히 한 번 왕복한다. 안개가 끼거나 어떤 이유로든 앞유리에 물방울이 살짝 맺혔을 때, 굳이 연속 작동시킬 필요 없이 한 번만 슥 닦아내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워셔액과 함께 쓰면 이물질까지 말끔히
이 밖에도 레버를 몸 쪽으로 당기면, 당기고 있는 동안 워셔액이 분사되면서 와이퍼가 천천히 함께 작동한다. 꽃가루나 벌레 사체, 새똥, 유막, 흙먼지 등으로 앞유리가 지저분해졌을 때는 이렇게 워셔액을 활용해 닦아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동차용 와이퍼는 약 100년 전 발명된 이후 기본 원리와 구조가 거의 그대로 유지돼 왔는데, 이는 단순히 빗물뿐 아니라 다양한 이물질까지 제거해야 하는 역할 때문에 큰 변화 없이도 충분히 제 몫을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1980년대 중반 실용화된 빗물 감지식 와이퍼를 비롯해, 속도에 따라 닦는 각도가 바뀌는 방식이나 와이퍼 블레이드에서 직접 워셔액을 분사하는 방식, 초음파 발수 기술을 이용해 아예 와이퍼를 없애려는 시도까지 다양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비용 문제 등으로 당분간은 지금의 와이퍼 시스템이 주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새 기술을 기다리기 전에 지금 차에 달린 와이퍼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