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12월 31일, 영국 워릭 인근 고속도로에서 페라리 차량 한 대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면과 측면 에어백이 모두 터진 것은 물론, 범퍼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후드가 찢어지며 서브 프레임까지 그대로 드러난 처참한 상태였다. 뒤 유리창마저 산산조각 났을 정도로 충격이 컸던 이 사고의 원인은 다소 황당했다. 사고 차량은 페라리가 2020년부터 생산 중인 그랜드 투어러 ‘로마’로, 판매 가격만 3억 원을 훌쩍 넘는 모델이었다. 값비싼 슈퍼카가 이토록 크게 파손된 이유와 함께, 이 차량의 정체를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경찰차 추월하려 과속하다 폭우 속 도로 이탈
현지 워릭셔 경찰에 따르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속이었다. 그런데 과속을 하게 된 경위가 눈길을 끈다. 페라리 운전자가 자신 앞쪽으로 주행 중이던 경찰차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인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는 과속 자체만이 아니었다. 당시 해당 지역에는 국지적 홍수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도로 역시 빗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낸 결과, 차량은 미끄러지며 도로를 이탈했다. 사고를 목격한 경찰관은 차량이 미끄러지며 회전한 뒤 그대로 숲 쪽으로 돌진해 충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운전자는 경상에 그쳤다.

사고 차량은 페라리 브랜드의 V8 엔트리 GT ‘로마’
사고 차량인 페라리 로마는 1993년 몬디알 T가 단종된 이후 27년 만에 부활한 V8 2+2 엔트리 GT 라인업이다. ‘엔트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가격대는 3억 원을 훌쩍 넘긴다. 파워트레인은 3.9L급 V8 트윈터보 엔진(코드명 F154BE)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620마력과 최대토크 77.5kg·m을 낸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4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20km에 이른다.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2+2 좌석 구성으로 일상 주행까지 아우르도록 설계된 것이 이 모델의 특징이다.

무리한 추월이 부른 3억 원대 슈퍼카의 참사
결국 이번 사고는 앞차를 추월하려는 성급한 판단과 악천후가 겹치며 벌어진 인재에 가까웠다. 620마력, 최고속도 시속 320km에 달하는 고성능 차량이라 해도, 빗물로 젖은 노면에서의 무리한 과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3억 원이 넘는 희소 모델이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아쉬움을 남긴다. 고출력 차량일수록 악천후 속 무리한 주행이 얼마나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