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중국 대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낯선 네 글자 한자가 차량 뒷면에 붙어 있는 광경과 마주치게 된다. 이치◯◯, 둥펑◯◯, 상하이◯◯ 하는 식인데, ◯◯ 자리에는 토요타나 닛산, 혼다 같은 익숙한 브랜드명이 들어간다. 2020년 국제자동차공업연합회(OICA) 집계 기준 중국은 약 2,531만 대(전년 대비 1.9% 감소)로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의 시장이다. 그런데 정작 이 거대 시장에서는 왜 토요타나 닛산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지 못하고, 낯선 한자 조합의 엠블럼을 달아야 했을까. 이번 시간에는 중국 특유의 합작사 표기가 생겨난 배경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합작사 이름은 현지 파트너사에서 따왔다
토요타의 캠리를 예로 들면, 중국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차체 앞뒤에 토요타 엠블럼이 붙어 있지만 차체 후면에는 ‘광치도요타(廣汽豐田)’라는 별도의 배지가 함께 달린다. 여기서 ‘광치’는 현지 파트너사인 광저우자동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이름은 결코 임의로 붙인 것이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 설립한 합작회사의 정식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치는 제일자동차, 둥펑은 둥펑자동차, 상하이는 상하이자동차라는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를 의미한다.
실제로 광치도요타의 생산 거점을 취재해 보면, 일본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그대로 본떠 만든 ‘마더 공장’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생산 거점 인근에 자리한 부품 협력사들로부터 전용 도로를 통해 소형 운반차량으로 부품이 수시로 공급되는 구조도 일본 본사와 다르지 않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생산 설비 설계와 생산 모델의 제품 개발 대부분을 토요타가 주도하고 광저우자동차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였다. 다만 출자 비율만큼은 토요타와 광저우자동차가 50대 50으로 대등했고, 각종 정보 역시 양측이 온전히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1994년부터 이어진 외자 50% 규제, 2022년에 폐지
이런 합작사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오랜 산업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1994년부터 중국 정부는 해외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판매하려면 출자 비율을 최대 50%로 제한한 채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도록 의무화해 왔다. 자동차 산업을 중국의 주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해외 업체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런 중국 특유의 규제 속에서도 독일 폭스바겐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중국 시장 진출을 결정하며 이후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업체 중에서는 닛산이 둥펑닛산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반면,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진출 전략을 밟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50% 출자 상한 규제는 이후 단계적으로 완화되다가, 2022년을 기점으로 승용차 부문에서 완전히 폐지됐다. 이제는 해외 업체가 중국 내 생산법인을 100% 단독으로 소유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규제는 사라졌지만, 엠블럼은 그대로 남았다
법적 의무가 사라졌다고 해서 기존 합작사 체제가 곧바로 해체된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파트너십과 현지 생산·유통망,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합작 구조를 당장 정리하는 편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치도요타나 둥펑혼다 같은 이름은 법적 강제가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도로 위에서 낯선 한자 네 글자 엠블럼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지금은 사라진 과거 규제가 남긴 흔적이자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현지 파트너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