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판매를 중단한다. 무려 약 21년간 이어온 판매를 접는 것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빼는 셈이다. 한때 쉐보레는 중국에서 미국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판매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로 옮겨가는 동안, 쉐보레는 그 흐름을 제때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BYD를 비롯한 현지 브랜드들이 가성비와 전동화를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때 외국 브랜드가 누리던 프리미엄 이미지가 옅어지면서, 미국 브랜드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결국 GM은 부진의 늪에 빠진 쉐보레를 과감히 정리하고, 중국 사업의 무게 중심을 성과가 확실한 다른 브랜드로 옮기기로 했다. 이번 시간에는 쉐보레 브랜드가 왜 중국을 떠나게 됐고, GM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하나씩 짚어본다.

판매 98.8% 급감… 처참한 성적표
쉐보레 브랜드의 중국 철수 배경에는 처참한 판매 성적이 자리한다. 쉐보레의 중국 판매는 약 11년에 걸쳐 무려 98.8%나 급감했다.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적인 추락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그 낙폭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판매가 정점을 찍은 2014년에는 한 해 76만 7,000대 이상이 팔렸지만, 지난해에는 그 수가 9,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십만 대를 팔던 브랜드가 몇 년 새 수천 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원인으로는 라인업 구성이 시대 흐름과 어긋난 점이 꼽힌다. 쉐보레는 블레이저와 이쿼녹스, 말리부 XL, 시커(트랙스), 몬자, 멘로 EV, 트래커 등 여러 모델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가솔린 차량이었다. 반면 중국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를 강하게 선호하는 쪽으로 빠르게 돌아섰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전동화 전환이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진행된 결과다. 시장의 눈높이가 저만치 앞서가는 동안 쉐보레의 상품 구성은 그 자리에 머물렀고, 이 간극이 벌어질수록 판매 부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때 중국을 대표하던 미국 대중 브랜드가 사실상 존재감을 잃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뷰익·캐딜락에 집중… 쉐보레는 수출용으로
GM은 쉐보레를 정리하는 대신, 중국 사업을 뷰익과 캐딜락 두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두 브랜드는 쉐보레와 달리 중국에서 훨씬 견고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GM의 설명이다. 실제로 뷰익과 캐딜락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시장 입지를 갖췄고, 특히 최근 선보인 전동화 라인업 ‘일렉트라’가 힘을 보태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성과가 뚜렷한 브랜드에 몰아주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인 셈이다.
다만 쉐보레라는 이름이 중국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GM과 상하이차의 합작사인 GM-SAIC는 앞으로도 중국 현지에서 쉐보레를 계속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이는 중국 내수 판매가 아니라, 해외 수출을 위한 물량이다. GM은 이들 제품이 “수출 시장의 요구에 최적화돼 있다”고 밝혔다. 즉 중국을 판매처가 아닌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쉐보레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중국의 잘 갖춰진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은 그대로 활용하면서, 판매 부진의 부담만 덜어내는 실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브랜드를 완전히 버리기보다, 쓰임새를 바꿔 살려두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완전 철수는 아냐… 신에너지차 30종 예고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이번 결정이 GM의 중국 시장 완전 철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GM은 중국 사업의 큰 틀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GM은 최근 합작사인 GM-SAIC와의 파트너십을 20년 더 연장하며, 중국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2030년까지 30종이 넘는 신에너지차를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앞서 쉐보레가 흐름을 놓친 바로 그 지점, 즉 전동화 경쟁에 이번에는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현지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다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정리하면, 이번 쉐보레의 중국 철수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성과가 확실한 브랜드와 신에너지차에 자원을 몰아주겠다는 GM의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완성차 업체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함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