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철이 되면 호텔이나 료칸 대신 차량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차박’을 택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다. 별도의 예약이 필요 없고 숙박비 부담도 없다는 점이 차박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바로 그 자유로움 때문에 ‘아무 데나 대충 세우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크고 작은 문제를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차 장소를 둘러싼 시비부터 소음 민원, 방범 사고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차박은 캠핑장처럼 이용을 전제로 허가된 공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반인과 공존하는 공공장소를 빌려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안전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차박을 즐기기 위해 꼭 챙겨야 할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본다.

주차 장소는 신중하게, 취사·짐 정리는 최소한으로
차박의 첫 번째 관건은 ‘어디에 세우느냐’다. 엄밀히 말하면 오토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은 차박이 아니라 캠핑에 해당하며, 현재 가장 대표적인 차박 장소로 꼽히는 곳은 일본 전역에 마련된 ‘미치노에키(道の駅)’, 즉 도로변 휴게소다. 인기 있는 휴게소는 해 질 무렵부터 차박 차량이 몰려들어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다. 다만 편의점 주차장은 어디까지나 방문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장시간 정차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이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매장 측에 양해를 구해야 하며, 일반 시설의 주차장 역시 마찬가지다.
장소를 정했다면 그 다음은 기본적인 매너의 문제다. 차박이 이뤄지는 곳은 결국 불특정 다수가 함께 쓰는 공공장소인 만큼, 짐을 펼쳐 놓거나 야외에서 취사를 하는 행위는 주변에 큰 민폐가 되기 쉽다. 주차장은 어디까지나 차를 세우고 잠을 자는 용도로만 활용하고, 식사는 차 안에서 조용히 해결하거나 아예 다른 곳에서 마치고 오는 것이 기본적인 차박 매너다.

소음은 최소화, 창문·방범은 신중하게
차박 트러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음 문제다. 에어컨을 켜기 위해 공회전을 계속하거나, 라디오 소리를 크게 틀어놓거나,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모두 주변 이용객과의 마찰로 이어지기 쉽다. 다른 차량과 이용객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방범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원한 곳으로 떠났더라도 밤에 다소 후텁지근하게 느껴져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잠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문단속은 기본이고, 창문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정도의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차광막(쉐이드)을 치는 차박객도 많은데, 이 경우 오히려 외부에서 수상한 사람이 다가와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어 함께 주의해야 한다. 장소를 고를 때도 방범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사람이 없어 편하다’는 이유로 인적 드문 어두운 강변 같은 곳을 택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선택이다.

모기장·매트·방충 램프까지 챙기면 한결 쾌적
차박을 한층 편안하게 만들어 줄 용품도 몇 가지 챙겨두면 좋다. 방범과도 연결되는 아이템으로, 창문에 씌우는 방충망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모기 같은 벌레의 침입을 막아주는 제품으로, 범용 사이즈임에도 대부분의 창문을 깔끔하게 덮어준다. 침구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생략할 수도 있지만, 바닥에 까는 매트는 챙기는 편이 좋다. 미니밴의 좌석을 완전히 접어 평평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로는 요철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트를 깔아주면 훨씬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져 숙면에 도움이 된다.
조명용 랜턴도 필수품 가운데 하나인데, 최근에는 빛으로 벌레를 유인해 빨아들이거나 태우는 살충 기능까지 겸비한 제품도 나와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소 선정부터 매너, 방범, 용품까지 다섯 가지를 미리 챙겨둔다면 예약도 숙박비도 필요 없는 차박을 훨씬 안전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