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이야기가 무색하게, 현대의 지난 7월 미국 성적표는 정반대의 흐름을 그렸다. 시장의 주인공은 첨단 전기차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전통적인 축에 속하는 가솔린 세단과 하이브리드였고, 그 선두에는 현대차 브랜드의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국내 모델명 아반떼)가 있었다.
전기차 라인업이 일제히 뒷걸음질 치는 사이 가솔린 세단과 하이브리드가 판매를 힘껏 끌어올리며, 현대차는 7월 한 달 미국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모델이 오르고 내렸는지, 그리고 이 뜻밖의 반전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7월 미국 판매 ‘역대 최고’ 새로 썼다
현대차의 7월 미국 판매량은 총 8만 2,480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 늘며 브랜드 역사상 가장 좋은 7월로 기록됐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도 53만 3,048대로 3% 증가했다. 시장 전반이 전동화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현대차의 이번 성장은 상당 부분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가 견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주인공은 엘란트라였다. 7월에만 1만 7,115대가 팔리며 1년 전보다 무려 39% 급증했고, 누적 판매도 9만 6,954대로 11% 늘었다. 중형 세단 쏘나타 역시 5,218대로 18% 증가하며 세단의 부활에 힘을 보탰다. 브랜드의 판매 기둥인 투싼은 1만 9,714대로 20% 늘어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린 모델 자리를 지켰다.
성장의 또 다른 축은 하이브리드였다. 7월 하이브리드 수요는 지난해보다 35% 늘며 역대 7월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특히 투싼과 쏘나타, 엘란트라의 하이브리드 사양이 나란히 신기록을 세웠다. 완전한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합리적인 중간 선택지를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형 SUV 베뉴가 2,879대로 12% 증가한 것도 이러한 실속형 수요와 맞닿아 있다.

판매량 일제히 미끄러진 전기차 라인업
반면 전기차의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대표 전기 SUV인 아이오닉 5는 3,636대에 그치며 38% 감소했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도 700대로 35% 줄었다. 가장 극적인 하락을 보인 것은 아이오닉 6로, 7월 판매가 76대에 머물며 무려 92% 급감했다. 이는 일반 모델이 2026년 단종되고 스포티한 N 사양만 남은 데 따른 결과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이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 수준에 그쳤다.
전기차뿐 아니라 중형 SUV들도 다소 힘이 빠졌다. 팰리세이드가 1만 2,173대로 8%, 싼타페가 1만 3,373대로 5% 줄었고, 픽업 싼타크루즈는 1,556대로 33% 감소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값이 부담스럽거나 아직 낯선 전기차보다 검증된 가솔린 세단과 하이브리드라는 ‘중간지대’로 쏠린 셈이다. 여기에는 GM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더 이상 저렴한 전통 세단을 내놓지 않는다는 배경도 작용했다. 마땅한 대안이 사라진 자리를 현대차의 세단이 파고든 것이다.

엘란트라의 강세, 세단의 귀환이 남긴 신호
7월 판매의 73%가 여전히 SUV였다는 사실에서 보듯 SUV 강세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차가 주춤한 사이 전통적인 3박스 세단과 하이브리드가 뚜렷한 반등을 보였다는 점은 분명한 신호다.
현대차는 이미 엘란트라의 완전변경 모델을 예고해 둔 상태로, 세단 라인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전동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익숙한 방식을 원하는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이번 7월 실적이 숫자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