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3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리콜 대응을 두고 한 소비자의 사연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리콜 통지서까지 받은 소비자가, 정작 수리비 보상을 요청하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보상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다시 꺼내 보아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사례다.
당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당 글에는, 제조사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인데도 정당한 보상을 받기까지 소비자가 오히려 진을 빼야 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화재를 막자고 리콜을 안내해놓고, 정작 그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를 지치게 만든 셈이다. 리콜은 본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이 사례에서는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부품을 잘못 만든 책임은 제조사에 있는데, 정작 뒷수습은 소비자가 떠안는 모양새였다.
특히 한국에서 유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표방하는 제네시스에서 벌어진 일이라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리콜 대응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만큼, 이번 시간에는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대목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샀는지 다시 짚어본다.

화재 우려 리콜인데.. 시작은 멀쩡한 배터리
사건은 차량이 갑자기 말썽을 부리며 시작됐다. 게시물 글쓴이는 어느 날 엔진이 걸리지 않는 상황을 맞았다. 전기는 들어오고 배터리도 얼마 전 새로 갈았던 터라 원인을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잠시 뒤 차량 내부에서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멀쩡히 서 있던 차량에서 탄내가 피어오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그의 차량은 이미 화재 발생 우려로 리콜 대상에 올라 있었다. 문제의 부품은 시동을 거는 스타터 모터였다. 시동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라, 결함이 생기면 차량 자체를 움직일 수 없다.
글쓴이는 서둘러 현대 서비스센터인 블루핸즈에 차량을 맡겼고, 실제로 스타터 모터가 리콜 대상임을 확인했다. 큰 사고로 번지기 전에 원인을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침 제네시스 리콜 통지서에는 소비자가 직접 수리하면 그 비용을 보상해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장 차가 필요했던 그는 우선 수리부터 마치고 나중에 보상받기로 했다. 리콜 안내를 믿고 절차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렇게 청구된 수리비는 약 35만 원. 통지서에 보상 규정이 있으니 문제없으리라 여겼지만, 진짜 문제는 이 보상 절차에서 터졌다.

‘소손’ 뜻도 모른 담당자, 30분간 같은 말만
집에 돌아온 글쓴이가 제네시스 고객센터에 경위를 설명하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보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화재를 막으려 리콜을 해놓고 화재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한 셈이라, 앞뒤가 맞지 않았다. 화재가 나야만 보상한다는 조건은 통지서 어디에도 없었다. 통지서에는 ‘스타터 모터 소손 및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 확인돼, 관련 법에 따라 수리비를 보상할 수 있다’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통지서 속 ‘소손’, 즉 타서 손상됐다는 말의 뜻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보상을 판단해야 할 담당자가 정작 통지서의 핵심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에도 30분 넘게 같은 설명만 되풀이했다. 소비자가 통지서 문구를 짚어줘도 소용없었다. 답답해진 글쓴이가 스타터 모터 실물을 보내주겠다고 하자, 담당자는 사진만으로 판단이 가능하다며 사진을 요구했다.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응대에 소비자만 애를 태웠다. 결국 소손된 부품 사진을 보내자 그제야 사과하며 보상하겠다고 했다. 통지서 한 장이면 끝났을 일이, 긴 실랑이 끝에야 마무리된 셈이다.

리콜 통지서·매뉴얼은 왜 있나.. 커지는 실망
보상은 받아냈지만 글쓴이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는 ‘소비자와 흥정을 하는 거냐, 리콜 통지서를 보낸 의미가 무엇이며 매뉴얼은 왜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제조사 결함이 원인인데, 보상 하나 받는 데 이렇게까지 품이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잘못한 쪽은 당당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가 증명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사연이 알려지자 ‘리콜 담당자가 통지서 내용조차 모른다면 무엇을 담당하는 거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회사가 보낸 안내문대로 움직인 소비자만 애를 먹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한국에서 유일하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표방한다. 그러나 초기 품질 논란에 더해, 2024년에는 미국에서 충전 제어장치 결함으로 현대·제네시스 약 14만 5,000대가 리콜되는 등 과제도 안고 있다. 차를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문제가 생겼을 때의 응대가 브랜드의 진짜 실력이다. 믿고 산 차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기대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태도다.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이런 대응이 반복된다면, 소비자의 실망은 피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