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영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전기차 한 대가 경찰차 세 대까지 출동한 끝에 무려 61km에 이르는 거리를 시속 138km로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 아찔한 질주는 당시 같은 고속도로 위에 있던 목격자들의 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도주극인지, 아니면 차량 결함으로 벌어진 사고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당시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사 결과 드러난 사건의 결말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조사 결과 차량에서는 아무런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고, 알고 보니 운전자가 연체된 자동차 대출 상환을 피하기 위해 고장을 꾸며낸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더욱 결정적인 장면은, 차량이 멈추던 마지막 순간에 운전자가 다름 아닌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됐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피해자를 자처했지만, 정작 자신이 당시의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전기차의 급발진 논란이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그러한 사회적 우려를 악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함을 남기는 사건이다. 이번 시간에는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황당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됐고, 진실이 어떻게 밝혀졌으며, 결국 어떤 처벌로 이어졌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다.

61km 도주에 경찰차와 31차례 충돌
사건은 2024년 3월 6일 벌어졌다. 북웨일스 프레스타틴에 사는 오언(33) 피고는 재규어 I-PACE를 몰던 중 긴급전화 ‘999’에 연락해, 차량이 제어되지 않은 채 계속 가속하고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차량의 속도는 이미 시속 86마일, 약 138km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언 피고는 영국 머지사이드의 고속도로를 약 35분에 걸쳐 38마일, 약 61km 구간을 내달렸다.
그사이 경찰은 차량을 안전하게 멈춰 세우려 거듭 접근을 시도했지만, 그의 I-PACE는 경찰차와 무려 31차례나 충돌했다. 도주 과정에서 그는 신호를 여러 차례 무시했고, 주행 중 휴대전화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어가 되지 않는다던 차량 안에서 태연히 휴대전화를 다뤘다는 점부터가, 그의 주장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차량은 경찰차 세 대에 완전히 포위된 뒤에야 고속도로 추월 차로에서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고속도로가 통제되며, 다른 운전자들과 긴급 대응 기관에도 큰 혼란과 지연이 빚어졌다. 시속 100km를 훌쩍 넘는 속도로 내달리며 경찰차를 잇따라 들이받는 상황은,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번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한 사람의 거짓 신고가 도로 위 수많은 이들의 안전을 위협했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차량은 멀쩡, 신고 당시엔 ‘정차’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조사는 전혀 다른 사실을 드러냈다. 경찰이 차량을 정밀 점검한 결과, 오언 피고가 주장했던 브레이크나 가속장치의 결함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차의 블랙박스에는, 그가 마지막 순간에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차량이 스스로 멈춘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세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차를 두고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한 셈이다.
더욱 결정적인 증거는 통신 기록과 차량 데이터였다. 그가 처음 999에 신고를 한 시점에, I-PACE는 달리고 있던 것이 아니라 아예 멈춰 서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제어 불능 상태로 폭주하고 있다던 차량이, 정작 신고를 하던 순간에는 얌전히 정차해 있었다는 이야기다. 신고 내용 자체가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위험한 거짓말을 꾸며냈을까. 그 배경도 속속 밝혀졌다. 신고 직전 그는 한 금융사에 추가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상태였다. 자동차 대출 상환을 이미 연체하고 있었고, 남은 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처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경제적 사정이, 이 무모한 자작극의 출발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린 나머지, 사고를 가장해 대출 문제를 덮으려는 위험천만한 발상에까지 이른 것이다.

징역 4년 3개월에 운전 금지 80개월
검찰은 오언 피고가 차량을 결함 탓으로 처리해 남은 금융 비용의 부담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고장 상황을 꾸며낸 것으로 판단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기는커녕, 치밀하게 짜인 거짓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사건 바로 다음 날 언론에까지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었다는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거짓말을 여론에까지 퍼뜨리며 사실을 적극적으로 왜곡하려 한 것이다.
당초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2026년 6월, 리버풀 형사법원에서 위험운전과 두 건의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 3개월을 선고하고, 총 80개월에 걸친 운전 금지 처분을 함께 내렸다. 영국 검찰은 ‘오언은 당시 차량을 완전히 제어하고 있었다’며,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공공의 안전보다 앞세워 다른 운전자와 경찰관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도로를 이용하던 시민들은 물론, 위험을 무릅쓰고 추격에 나선 경찰관들까지 큰 위험에 노출됐다. 결국 개인의 금전 문제를 모면하려던 거짓말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스스로의 삶까지 무너뜨린 아찔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순간의 위기를 피하려던 선택이, 오히려 훨씬 무거운 대가로 되돌아온 것이다. 전기차를 둘러싼 막연한 불안이 이렇게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씁쓸함을 남기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