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밴 차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단연 ‘정숙성’이다. 온 가족이 함께 타는 공간인 만큼, 얼마나 조용하고 편안한 실내를 완성하느냐가 곧 상품성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닛산이 이 정숙성을 두고 상당히 대단한 미니밴 신차를 내놨다. 닛산이 새롭게 선보인 4세대 엘그란드에 ‘아직 그 어떤 자동차에도 없는’ 소음 제거 기술을 얹었다는 것이다.
닛산이 파나소닉과 손잡고 개발한 이 기술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물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내는 소리까지 잡아낸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프리미엄 미니밴 시장의 판도를 흔들 만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엘그란드에 담긴 소음 제어 기술의 정체와, 그 뒤에 숨은 닛산의 절박한 사정까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다.

노면부터 엔진음까지 잡는 능동 소음 제어
엘그란드에 적용된 것은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능동형 소음 제어(ANC) 시스템이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차량 곳곳에 배치된 가속도 센서가 실내 소음과 연결된 미세한 진동을 먼저 감지한다. 그리고 이 진동을 읽어들인 시스템이 정반대 위상의 제어음을 만들어 스피커로 내보내는데, 이 소리가 불필요한 주파수를 상쇄시켜 탑승객의 귀에 닿기 전에 소음을 지워 버리는 방식이다.
소위 고급 자동차로 불리는 여러 모델이 실내 ANC를 적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노면 소음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엘그란드의 시스템은 노면 소음과 파워트레인 소음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게 닛산의 설명이다.

노면 소음을 잡는 것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
흥미로운 점은 노면 소음과 엔진 소음을 잡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두 소음의 주파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노면 소음은 제어하기가 한층 까다롭다. 주파수와 진폭이 끊임없이 변하는 불규칙한 소음인 탓이다.
닛산은 엘그란드의 시스템이 이 두 종류의 소음을 모두 효과적으로 제어한다고 자신하지만, 실제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직접 타 보기 전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이 기술을 공급한 파나소닉이 이미 60개가 넘는 양산차에 ANC 시스템을 납품해 온 만큼, 기술적 신뢰도는 결코 낮지 않다. 나아가 엘그란드에 투입된 개발 성과가 향후 다른 제조사의 차량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파드에 밀린 원조, 정숙성으로 판 뒤집을까?
닛산이 정숙성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사실 일본 럭셔리 미니밴(MPV) 시장을 처음 개척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엘그란드였다. 그러나 최근 이 시장은 토요타 알파드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격차는 판매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알파드는 무려 8만 1,357대가 팔린 반면, 구형 엘그란드는 고작 1,163대에 그쳤다. 사실상 존재감을 잃은 셈이다. 이번 4세대 엘그란드가 e-파워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파격적인 디자인, 그리고 첨단 소음 제어 기술까지 총동원한 것은, 잃어버린 왕좌를 되찾기 위한 회심의 반격인 셈이다.
결국 새 엘그란드의 성패는 ‘조용함’이라는 미니밴 본연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실제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에,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가는 알파드를 상대로, 닛산이 내세운 소음 제어 기술이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