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때로는 상상하기 힘든 대형 사고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 해외에서 화제가 된 한 주차장 내 자동차 화재 영상이 바로 그 사실을 섬뜩하게 일깨워 준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뉴질랜드의 한 병원 주차장이다. 한 픽업트럭이 여느 때처럼 빈자리에 주차를 했을 뿐인데, 그 평범하기 그지없던 순간이 순식간에 차량 수십 대를 집어삼키는 참사의 시작점이 되고 말았다.
문제의 발단은 다름 아닌 ‘배기열’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차량 하부의 열기가 주차 위치에 무성하게 자라 있던 마른 풀에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치솟은 것이다. 영상 속에서 작은 불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화염과 시커먼 연기로 번져 나가며 보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누구나 매일같이 반복하는 ‘주차’라는 평범한 행위가 이토록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대체 어떻게 주차 한 번이 이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이번 시간에는 뉴질랜드 주차장 화재의 발생 경위와 피해 규모,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안전 문제와 책임 논쟁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하겠다.

뜨거운 자동차 배기열이 부른 순식간의 불길
이번 화재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는 사실부터 짚어야 한다. 엔진이 작동하는 동안 배기관과 촉매장치 주변은 수백 도까지 달아오르며, 시동을 끈 직후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그 열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다.
문제의 픽업트럭이 세운 자리는 하필 바싹 마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공간이었다. 여름 햇볕에 바짝 마른 풀은 작은 열원에도 쉽게 불이 붙는 불쏘시개나 다름없었고, 뜨거운 하부의 배기열이 여기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불꽃이 일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른 풀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한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촘촘하게 주차된 차량들 사이의 좁은 간격은 오히려 불길이 옮겨붙기 좋은 조건이 됐고, 연료와 타이어로 가득한 차량들은 순식간에 또 다른 불쏘시개가 됐다. 한 대에서 옆 차량으로 연쇄적으로 번지며 피해는 삽시간에 불어났고, 그 결과 무려 28대에 달하는 차량이 불에 타고 말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인명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운전자 부주의냐, 관리 책임이냐.. 갑론을박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당국은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에 곧바로 나섰다. 우선 화재의 불쏘시개가 됐던 주차장 주변의 마른 풀을 말끔히 제거했고, 운전자들을 향해 건조한 풀 위에는 차를 세우지 말라는 안전 수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책임’의 소재를 둘러싼 논쟁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한쪽에서는 이번 화재가 명백한 운전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뜨거운 배기열이 마른 풀에 위험하다는 점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주차장을 관리하는 주체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차를 대는 공간에 불붙기 쉬운 마른 풀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것 자체가 화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사고가 터진 뒤에야 서둘러 풀을 제거했다는 사실은, 그 전까지 관리에 허점이 있었음을 스스로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번 사고는 운전자와 관리 주체 모두가 조금씩 방심한 결과일지 모른다. 결국 어느 한쪽만의 잘못으로 딱 잘라 단정하기 어려운, 여러 요인이 맞물린 복합적인 사고였던 셈이다.

사소한 습관이 부르는 사고를 항시 경계해야
이번 화재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던 행동 하나가,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상상 이상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건조한 여름철에는 마른 풀이나 낙엽이 쌓인 곳이 작은 열원에도 쉽게 발화할 수 있는 만큼, 차를 세우기 전 주차 공간의 상태를 한 번 더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되도록 마른 풀이 우거진 곳은 피하고 포장된 노면에 주차하며, 장시간 달린 직후라면 뜨거운 하부가 어느 정도 식은 뒤 자리를 잡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이런 작은 관심과 사전 점검만으로도 이런 사고의 상당수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차종이나 특정 운전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동시에 다수가 이용하는 주차장을 관리하는 주체 역시,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세심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온전히 운전자의 부주의 탓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관리 책임의 몫도 크다고 봐야 할지, 이 영상을 지켜본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곰곰이 곱씹어 볼 만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