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베트남의 길거리에서는 낯선 풍경 하나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교차로를 향해 스마트폰을 겨눈 채, 신호를 위반하는 운전자를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는 다름 아닌 ‘교통법규 위반 신고 포상금’ 제도가 낳은 진풍경이다.
베트남 정부가 시민이 촬영해 신고한 위반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그 대가로 포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위반 차량을 노리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촬영이 단순한 정의감이나 취미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초 범칙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그에 연동된 포상금 규모도 함께 불어난 까닭이다.
그 결과 위반 신고를 사실상 하나의 ‘벌이’로 삼는 이들까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토바이 물결로 대표되는, 무질서하기로 이름난 베트남의 교통 상황을 떠올리면 이런 제도가 등장하고 또 빠르게 자리 잡은 배경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이번 시간에는 베트남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신고 포상금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범칙금과 포상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시선은 어떠한지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범칙금 10%를 되돌려주는 신고 포상제
해당 제도의 뿌리에는 지난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강력한 교통 단속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 시점에 발효된 새 규정(168호 시행령)을 통해 주요 위반 행위의 범칙금을 대폭 끌어올렸는데, 항목에 따라서는 인상 폭이 기존의 수십 배에 달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와 맞물려, 시민이 교통법규 위반을 촬영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포상금은 실제로 부과된 범칙금의 10% 이내로, 한 건당 최대 500만 동(약 28만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상한이 정해져 있다. 신고는 ‘VNeTraffic’이라는 전용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며, 신고자는 익명을 유지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소소해 보이는 비율이지만, 바탕이 되는 범칙금 자체가 워낙 크게 오른 탓에 포상금의 절대 금액도 결코 적지 않다. 위반 차량 몇 대만 제대로 포착해도 상당한 수입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범칙금이 높은 자동차 위반을 한 건이라도 잡아내면 상한에 가까운 포상금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웬만한 하루 벌이를 웃도는 금액이다. 거리에서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륜차는 수십만 원, 자동차는 100만 원대
그렇다면 범칙금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이륜차의 신호위반 범칙금은 400만~600만 동으로, 한화로는 약 22만~34만 원 수준이다. 자동차의 경우 신호위반이나 역주행에 물리는 범칙금이 1,800만~2,000만 동, 한화로 약 103만~114만 원에 이른다.
언뜻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두 나라의 물가와 소득 수준 차이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지의 체감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륜차 범칙금은 약 150만~240만 원, 자동차 범칙금은 무려 약 700만~84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호 한 번을 어긴 대가로 몇 달 치 생활비가 날아갈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체감 격차는 왜 신호위반 하나에 현지 운전자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포상금 역시 이에 비례해 커진다. 예컨대 자동차 신호위반을 신고해 범칙금이 부과되면, 신고자는 그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 범위 안에서 돌려받게 된다. 단속의 강도가 세질수록 신고에 나설 유인도 함께 강해지는 구조인 것이다. 높아진 범칙금이 결과적으로 신고자의 손에 쥐어지는 몫까지 함께 키운 셈이어서, 촬영을 아예 전업 삼는 이들이 생겨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포상금이 부른 명암, 엇갈리는 시선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는 사이, 이를 둘러싼 반응도 뜨겁다. 얼마 전에는 신호위반으로 적발된 한 운전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현지에서 보도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당하기 벅찬 범칙금 앞에서 운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서민 입장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곧바로 가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무거운 단속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무질서하기로 이름난 도로 위 질서를 바로잡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한편, 시민이 시민을 감시하는 구조가 사회적 불신과 사적 단속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포상금을 노린 과도한 촬영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상금이라는 경제적 동기가 개입하는 순간, 신고의 목적이 안전 확보가 아니라 수익 창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강력한 범칙금과 시민 신고를 결합한 베트남의 이번 실험이 도로 문화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제도가 안전을 위한 장치로 안착할지, 아니면 감시의 그늘을 남길지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