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 이전에 미국에서 생산하는 픽업트럭을 선보일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산’이라는 점이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수입에 따르는 관세 부담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관세 환경이 만만치 않은 지금, 수입보다 현지 생산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사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픽업을 판매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픽업이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알짜로 꼽히는 만큼, 이 시장을 다시 두드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던 폭스바겐이, 픽업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는 셈이다. 이번 시간에는 폭스바겐의 미국 픽업 계획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어떻게 실현될지 짚어본다.

점유율 4% 폭스바겐의 승부수
폭스바겐이 픽업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부진이 자리한다. 현재 폭스바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4%에 그친다. 유럽에서의 탄탄한 위상을 떠올리면 아쉬운 성적이다. 이에 새로 꾸려진 경영진은 브랜드의 미국 제품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핵심 카드가 바로 미국산 픽업트럭 모델이다. 낯선 시장을 새로 개척하기보다, 미국에서 이미 검증된 인기 차종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 수입 관세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테네시 채터누가 공장도 한층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공장은 최근 전기차 ID.4 생산을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한 터라, 새로운 물량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픽업은 낮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장 가동률까지 함께 챙길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40여 년 만의 복귀, 포드와 손잡나?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픽업트럭 모델을 판 것은 무려 40여 년 전이 마지막이다. 래빗을 기반으로 한 픽업이 5년간의 생산을 끝으로 1984년 단종되면서, 이후로는 명맥이 끊겼다. 그보다 앞서 버스를 바탕으로 한 픽업은 관세 압박에 밀려 1971년 판매가 종료된 바 있다.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보디온프레임 픽업트럭을 처음부터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포드와의 협업이다. 두 회사는 이미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아우르며 손을 잡아왔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최신 픽업트럭 아마록은 포드 레인저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유럽형 트랜스포터는 포드 트랜짓을 토대로 삼는다. 전기차 플랫폼 역시 유럽에서 함께 개발 중이다. 검증된 포드 플랫폼을 빌리면 개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까다로운 미국 트럭 시장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픽업트럭 넘어 라인업 전반 손본다
폭스바겐의 구상은 픽업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의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미국 라인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의 대형 SUV 아틀라스보다 더 큰 SUV를 새로 투입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미국 시장의 취향에 맞춰 라인업을 다시 짜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큰 차와 픽업트럭을 앞세워, 그동안 미미했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아직은 보도를 통해 전해진 계획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관세를 피하는 현지 생산과 포드와의 협업이라는 현실적인 카드가 뒷받침되는 만큼, 폭스바겐의 미국 픽업 복귀가 예전보다 한결 가까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